‘국민면접 1위’ 이낙연, 이재명 추격전… “판도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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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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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비대면으로 민주 대선후보 출사표
‘내 삶 지켜주는 나라’ 5대 비전도 제시

21년 기자생활·국정경험 풍부
1위 李지사 리스크 부각 집중
DJ·노무현·文 계승 의지 강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중산층을 70%로 늘리겠다”며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추격하고 있는 2위 이 전 대표가 이날 예비후보 중 마지막으로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민주당 경선 열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출마선언 영상에서 “10년 전에는 우리 국민의 65%가 중산층이었다. 지금은 57%로 줄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산층이 두터워야 불평등이 완화된다”며 그 해법으로 일자리 증대, 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 육성, 그린산업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라는 대선 슬로건과 함께 중산층 경제와 함께 △신복지 △개헌 △연성강국 신외교 △문화강국 등 5대 비전을 내세웠다.

이 전 대표는 신복지와 관련해 “누구나 인간으로서 최저한의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2030년까지 모든 국민이 지금의 중산층 수준으로 살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신복지는 ‘이낙연 브랜드’ 정책으로, 국가가 소득뿐 아니라 주거·노동·교육·의료·돌봄·문화체육·환경 등 8개 분야의 ‘최저기준’을 설정해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비대면으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출마영상 캡처
이 전 대표는 개헌과 관련해선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강화하도록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생명권·안전권·주거권을 헌법에 신설하고, 토지공개념과 지역균형발전의 근거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외교 분야에서는 미·중 사이 균형외교, 북핵 관련 포괄적 협상 자세 등을 강조했다. 문화·예술분야에선 방탄소년단(BTS), 봉준호 영화감독, 배우 윤여정 등을 언급하며 “간섭하지 않을수록 창의적이고 더 아름다워진다. 정부는 입을 닫고 지갑만 열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적통’을 자임하면서도 앞선 민주정부와 차별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저에게 학교였다”면서도 “좋은 철학은 든든하게 계승하되, 문제는 확실하게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유튜브 ‘이낙연TV’ 영상을 통해 비대면으로 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안정감 내세워 이재명 추격전… “판도가 바뀌고 있다”

5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지난 1년은 ‘능곡지변’(陵谷之變: 언덕과 골짜기가 뒤바뀐다)의 시간이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9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24%를 얻으며 여야를 막론하고 독보적인 ‘1강’이었지만, 이달 1주차 발표에선 반의 반 토막인 6%를 기록했다. 1강의 지위는 여야에서 각각 이재명 경기지사(24%)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25%)이 나눠 가졌고, 이 전 대표는 반년여를 ‘여권 1중’ 자리에 머물러 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날 이 전 대표의 대선 출사표는 여권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대역전극 다짐’이나 다름없다. 1년 전 ‘어대낙’(어차피 대세는 이낙연)의 자신감은 이날 절절한 호소로 대체됐다.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문에서 “저를 모르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저의 충정을 받아주시고 저를 선택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사람의 긴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선언문에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민주당의 역대 대통령을 일일이 언급하며 계승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워야 한다”, “지금은 불안의 시대다”, “문제는 확실하게 시정해야 한다” 등 현 정부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며 단순한 이어받기에 그치지 않겠다는 의욕을 담아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비대면으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출마영상 캡처.
이 전 대표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심스럽게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당 예비경선 과정 중 하나인 ‘국민면접’에서 최종 1위를 차지한 것이 신호탄이다. 이 전 대표 측은 “TV토론 등 후보끼리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자리가 많을수록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는데, 예상대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21년간의 기자 생활, 5선 국회의원, 전남지사,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 등을 거치며 체득한 국정운영 경험과 특유의 균형감각·안정감 등이 TV토론 등에서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라는 캠프 내 분석이 맞아떨어졌다는 뜻이다. 앞선 예비경선과 다르게 이번 예비경선이 흥행을 위해 TV토론을 4회로 대폭 늘리고 국민면접을 3회 신설한 것이 향후 상승세를 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 측은 ‘1위 주자 견제’ 기조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민감한 현안에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그지만, 최근엔 ‘이재명 잡기’에 나서며 공세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선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과 관련해 “학술적으로는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정치인은 어떤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하는 것이 좋다”며 이 지사의 ‘메시지 리스크’를 부각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의 강점은 유능한 국정운영 외에도, 중도층에 가장 어필할 수 있는 본선 경쟁력과 검증에서 자유로운 후보라는 요소가 있다”며 “이재명의 약점이 곧 이낙연의 강점이라는 것을 대중도 알게 될 것이고, 또 알게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서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대표 측은 마지막 강점으로 ‘민주당 정통성’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정치부 기자 시절 ‘동교동계’를 출입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정계에 입문했고,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인의 대변인을 했다. 2017년부터는 2년 7개월간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 전 대표가 세 명의 대통령 모두를 아주 가까이서 보좌한 ‘적통’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전 대표가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문 대통령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주변의 의견에 “문재인 정부에서 절반 이상을 2인자를 했는데 배신할 수 없다”며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말한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향후 본경선에서 이 전 대표가 사용할 수 있는 ‘반전 카드’로는 반(反)이재명을 고리로 한 정세균 전 총리 등과 단일화가 거론된다. 이 전 대표 측은 이와 관련해 직접적인 답변은 피하면서도 “민주당의 가치를 잇는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1위 후보 견제 차원에서의 연대 참여 논의를 지속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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